책사랑 꼼지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 그 이상이에요. 그 속에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연결,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을 배우는 중요한 배움이 숨어 있어요. 특히 동화책을 읽어줄 때 부모의 감정 표현은 아이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요. 오늘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감정을 담아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효과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1. 감정 표현은 아이의 몰입도를 높여줘요

동화책을 읽어줄 때 목소리에 감정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져요. 단조로운 톤으로 줄글을 읽는 것보다, 기쁜 장면에서는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슬픈 장면에서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게 아이의 몰입을 도와줘요. 아이들은 아직 언어적 이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의 분위기나 등장인물의 감정을 목소리의 높낮이, 속도, 말투 같은 비언어적 신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왔어요.”라는 문장을 평범하게 읽는 것과, 실제로 늑대처럼 목소리를 낮추고 긴장감 있게 표현하며 읽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전자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후자는 체험처럼 느껴져요. 아이는 마치 이야기 속 한 장면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어요.

2. 감정을 읽어주는 것은 공감 능력을 키워줘요

동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목소리로 표현해 주는 건, 단지 재미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이가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책 속에서 주인공이 속상해하거나 기뻐할 때,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받는 경험은 아이에게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쳐줘요.

아이에게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어떤 기분이었을까?”라고 질문해 보거나, “너도 이런 경험 있었어?”라며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는 자기감정도 함께 돌아보게 돼요. 감정을 담아 읽어주는 부모의 목소리는 아이에게 단순한 설명이 아닌 느낌과 경험으로 전달되는 감정 교육이에요.

3. 감정 표현은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깊게 해줘요

감정을 담아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목소리 톤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 안에는 부모가 아이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부모의 따뜻한 목소리와 감정 표현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엄마, 아빠가 나와 함께 이야기를 느끼고 있구나’라는 신뢰를 만들어줘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의 장면마다 감정을 공유하면 아이는 더 많이 웃고, 더 깊이 감동하고, 때로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라고 질문하며 감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돼요. 이러한 순간들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책 한 권이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 되는 거죠.

4. 표현이 자연스러울수록 아이는 편안함을 느껴요

처음에는 감정을 담아 읽는 게 어색할 수도 있어요. 캐릭터의 목소리를 다르게 내거나 상황에 맞춰 말투를 바꾸는 일이 연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꼭 연극처럼 극적인 연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감정 전달이에요. 부모가 너무 긴장하거나 인위적으로 읽으면 아이도 어색함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내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때론 웃고 때론 놀라고, 슬픈 장면에선 잠깐 목소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는 부모가 이야기 속에 빠져 있는 걸 보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돼요. 아이는 단어보다 감정에 더 민감하니까요. 부모가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할수록, 아이도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어요.

동화책은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지만, 그 창문을 열어주는 열쇠는 바로 부모의 감정 표현이에요. 감정을 담아 읽는 책 한 권은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상상력의 문을 열어주고, 감정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 되어줘요. 오늘 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등장인물의 기분을 조금만 더 느끼며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표현 하나가 아이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될 거예요.